아래 내용은 어젯밤에 꾼 꿈을 소설처럼 작성한 것입니다.
그 마을의 어둠은 배고픈 짐승 같았다. 해가 능선에 걸리기도 전에 그림자는 집들을 집어삼켰고, 어른들은 짐승의 아가리를 피하듯 서둘러 문을 걸어 잠갔다.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저 오래된 공포는 습관이 되어 뼈에 새겨져 있었을 뿐이다.
내 소꿉친구였던 그 아이, Y는 마을의 가장자리, 세상의 끝자락 같은 집에 살았다. Y는 웃음이 비싼 아이였다. 어쩌다 입꼬리를 올릴 때조차 눈동자는 유리구슬처럼 차갑게 정지해 있었다.
그날 밤, 수화기 너머 Y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엄마가 없어."
Y의 집 공기는 락스 냄새로 희게 표백되어 있었다. 방은 병적으로 깨끗했으나, 장판 틈새로는 미처 닦이지 못한 끈적한 물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Y는 울지 않았다. 대신 내 손목을 잡고 뒷마당으로 이끌었다. 달빛이 창백하게 비추는 그곳엔, 검은 흙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도와줘."
삽질은 끝이 없었다. 우리는 묵묵히 흙을 덮었다. 마지막 흙을 다질 때, 내 발바닥 밑에서 꿀렁, 하는 감각이 전해졌다. 마치 땅 밑의 무언가가 내 발을 밀어내려는 듯한, 생경하고 끔찍한 탄성. 내 몸이 굳어지자 Y가 내 손을 꽉 쥐었다. 손바닥이 축축하고 차가웠다.
"이거, 비밀이야."
그 애의 눈이 어둠 속에서 번들거렸다.
"말하면 죽여."
그날 이후, 밤마다 내 침실 바닥에서는 손가락들이 자라났다. 하얗고 창백한 손가락들이 흙을 뚫고 올라와 내 발목을 잡는 악몽이었다.
며칠 뒤, Y의 여동생이 내려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감싸 쥐었다.
"언니, 이 집에서 무슨 썩는 냄새 안 나?"
그날 밤, 마을 끝 집에서 비명에 가까운 고성이 터졌다. 여동생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바닥을 기는 듯한 Y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왔다.
다음 날 아침, 뒷마당은 파헤쳐졌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고, 경찰 통제선 너머로 흙더미가 드러났다.
"아아아악!"
여동생의 오열이 짐승의 울음처럼 허공을 찢었다. 사람들은 경악하며 입을 막았고, 나는 뒷걸음질 쳤다. 소란스러운 현장 너머, 감나무 아래에 Y가 서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경찰에게 연행되어 가면서도, Y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웃었다. 아주 살짝. 입꼬리만 미세하게 말려 올라간 그 표정. 마치, 내가 끝까지 침묵했다는 사실을 칭찬하기라도 하듯이.